심장판막증 수술과 심부전, 대장암. 아버지는 오랫동안 대학병원 단골손님이었다. 외래진료 날이면 아침 일찍 들러 검사를 하고, 오전 오후 여러 진료과를 순례했다. 그나마 같은 날짜로 맞출 수 있다는 것이 다행. 자식들은 출근을 해야 하니 아버지와 어머니, 두 노인이 서로를 의지하며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병원을 왕래했다. 하지만 보조기 없이 걷기 힘들어지면서, 어머니 혼자 외래를 방문하여 대신 상담과 처방약을 받아오게 되었다. 그럴 바에야 진료기록을 옮겨와서 가까운 동네의원에 다니시라고 몇번이나 이야기했지만,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중병이고 약이 많아 복잡하기 때문에 동네의원에서는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침 ‘재택의료 시범사업’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신청하려 했을 때에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의사가 직접 집에 와서 진료해준다면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대학병원 교수님이 아버지 상태를 제일 잘 알고 있다며 필요 없다고 했다. 그 명의들을 직접 만나지도 못하고 약만 받아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 믿음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대형병원에 비해 동네의원은 전문성이 떨어지고, 세부 전문 분야별로 최고 전문가한테 진료를 받는 것이 최선이라는 믿음 말이다.
|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심장판막증 수술과 심부전, 대장암. 아버지는 오랫동안 대학병원 단골손님이었다. 외래진료 날이면 아침 일찍 들러 검사를 하고, 오전 오후 여러 진료과를 순례했다. 그나마 같은 날짜로 맞출 수 있다는 것이 다행. 자식들은 출근을 해야 하니 아버지와 어머니, 두 노인이 서로를 의지하며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병원을 왕래했다. 하지만 보조기 없이 걷기 힘들어지면서, 어머니 혼자 외래를 방문하여 대신 상담과 처방약을 받아오게 되었다. 그럴 바에야 진료기록을 옮겨와서 가까운 동네의원에 다니시라고 몇번이나 이야기했지만,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중병이고 약이 많아 복잡하기 때문에 동네의원에서는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침 ‘재택의료 시범사업’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신청하려 했을 때에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의사가 직접 집에 와서 진료해준다면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대학병원 교수님이 아버지 상태를 제일 잘 알고 있다며 필요 없다고 했다. 그 명의들을 직접 만나지도 못하고 약만 받아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 믿음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대형병원에 비해 동네의원은 전문성이 떨어지고, 세부 전문 분야별로 최고 전문가한테 진료를 받는 것이 최선이라는 믿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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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전문 : https://naver.me/5c2meUqb